세계에서 가장 잘나가고 비싼 기업이 어디라고 생각하냐 물으면 대부분 사람들은 애플이라 답해왔다. 그만큼 애플의 아이폰은 세계적으로 많은 인기를 얻고 있으며 그 값어치 또한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애플을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비싼 기업으로 등극한 곳이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사 아람코가 11일(현지시간) 오전 사우디 주식시장(타다울)에서 주식 거래를 시작했다.
이번 기업공개(IPO)는 아람코가 세계에서 가장 비싸고 이익을 많이 내는 회사로 공식 인증된다는 점에서 국제적인 관심사였다. 아람코는 지분의 1.5%밖에 공개하지 않았음에도 2014년 알리바바(250억 달러)를 제치고 IPO 사상 최대 공모금액인 256억 달러(약 30조6천억원)를 기록했다.
이날 아람코의 주가는 개장 직후부터 상한가인 35.2리얄(1만1천203원.10% 상승)까지 급등한 뒤 장 마감까지 주가를 유지했다. 공모가는 32리얄(1만185원)이었다.
공모가로만 역산해도 아람코의 기업가치는 1조7천억 달러(약 2천30조원)로 현존 최고가 기업인 애플(약 1조2천억 달러)을 가뿐히 넘긴다.
이날 최초 거래가(35.2리얄)로 계산하면 거래 첫날 단숨에 기업가치가 1조8천800억 달러(약 2천248조원)로 상승했다. 비록 사우디 왕실의 기대치였던 2조 달러보다는 낮지만 당분간 세계 최고가 기업이라는 자리를 굳게 유지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아람코의 기업가치는 세계 상위 5위 안의 에너지 기업(엑손모빌, 토탈, 로열더치셸, 셰브런, BP)을 합한 금액보다 많다. 압둘아지즈 빈 살만 사우디 에너지 장관은 로이터통신에 “오늘은 사우디와, 사우디 지도자, 국민에 굉장한 날이다. 아람코의 가치를 입증하고 심판받는 D-데이다”라고 말했다.
거래 첫날 아람코 주식 거래금액은 2억9천만달러(약 3천500억원)를 기록, 이날 타다울 전체의 4분의 1 이상을 차지했다. 아람코가 상장된 덕분에 사우디 리야드 주식시장의 주가총액도 4.7배가 돼 캐나다, 독일을 제치고 세계 7위로 껑충 뛰었다.
아람코는 왕관의 보석이라고 불릴 만큼 사우디 알사우드 왕가의 권좌를 유지하는 경제적 기반이다. 전 세계 산유량의 10%(하루 약 1천만 배럴)를 생산하는 막강한 영향력을 지닌 에너지 회사이기 때문이다. 올해 1∼9월 이 회사의 순이익은 680억 달러(약 81조2천억원), 매출은 2천440억 달러(약 291조5천억원)였다.
미국의 애플과 비교하면 같은 기간 순이익(353억 달러)은 2배에 가깝고 매출(1천758억 달러)은 1.4배다. 아람코가 올해 초 공개한 지난해 순이익은 1천111억 달러(약 132조7천억원)로 미국의 대표 기업인 애플, 구글 자회사 알파벳, 엑손모빌을 합한 것보다 많았다.
사우디는 아람코의 공모로 수혈한 자금을 탈(脫)석유 시대를 대비한 경제·사회 개발 계획인 비전 2030을 추진하는 데 쓴다는 계획이다.
이 계획은 석유에 의존하는 산업구조를 다변화하고 과도하게 보수화한 이슬람 율법이 지배하는 사회적 관습과 규율을 완화한다는 내용이다. 이에 따라 사우디 정부는 부진했던 관광, 엔터테인먼트, 교육 분야에 집중 투자하고 여성의 사회진출, 여권 증진, 남녀평등과 같은 사회적 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hskang@yna.co.kr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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