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SBS 스페셜 ‘대2병, 학교를 묻다’편이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특히나 해당 방송의 당사자들이나 다름없던 대학생들로부터 많은 공감을 얻으며 화제가 되고 있다.
우리나라 최고의 명문 대학교라는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에 재학중인 이동헌씨는 수능만점자로 유명했다. 2015년 수학능력시험에서 만점을 받고 서울대에 입학한 그는 “갈피를 못잡았어요”라며 다소 의외의 말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동헌씨는 고등학교 당시에는 “그냥 대학에 오는 거 이외에 다른 생각은 별로 안 하고 공부를 해왔는데”라며 자신이 고등학교 시절 공부했던 목표는 오로지 좋은 대학에 가는 것에만 초점이 맞춰져있었다고 고백했다. 이어서 그는 (대학 와서는) 과목을 선택할 때도 굉장히 혼란이 왔고, 그리고 수업을 듣다가도 좀 중간에 안 맞았던 기억도 있었다고 한다.
결국 문제는 “왜”로부터 시작했다. 그는 “이거 왜 공부해야 되는지 스스로 이유를 못찾아서 중간에 포기했던 과목들도 조금 많았어요”라며 자신이 ‘왜 이걸 공부해야 하나’라는 답을 찾지 못했음을 다시 한번 표현했다.
결국엔 그는 “그냥 무작정 자신을 대학에 보낸 고등학교가 조금 원망스럽다”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이어서 그는 “대학에 가야된다는 것도 알겠고 그래서 공부를 열심히 해야겠다는 것도 알겠는데 대학 간 다음에, 뭘 어떻게 해야 되는지 뭘 위해서 대학에 가는 건지 그걸 알려 주지 않은 우리나라의 교육에 좀 분노했던 것 같아요”라며 다시 한번 우리나라의 고등 교육 현실을 개탄했다.
수능만점을 받고 좋은 대학에 들어간 그였지만, 결국 그는 ‘왜’라는 답을 찾지 못했다. 자신이 그렇게 열심히 공부해서 대학에 들어왔는데, 왜 대학에 들어왔는지 결국 답을 찾지 못했다는 것이 그의 이야기의 핵심이었다.
이날 방송에 출연한 또다른 대학생은 이동현씨와 마찬가지로 자신이 뭘 해야하고 할 수 있는지를 잘 모르겠다는 고민을 털어 놓았다.
출연자는 “대학교에 왔지만 고등학교 때와 다를 것 없이 교수님이 일방향적으로 프레젠테이션하고 학생들이 받아적고 그걸 외워서 답안지에 써내고, 그냥 똑같은 방식의 똑같은 수업이 (대학에 와서도) 지속되는 거예요”라며 대학교육에 실망감을 드러냈다.
자신이 대학에만 일단 들어오면 다 할 수 있을 줄 알았기 때문에, 고등학교 시절 이를 악물고 공부를 했을 학생들. 그녀는 “어떠한 꿈에 대해서 차근차근 단계를 쌓아가는 그런 과정을 아예 배우지 못했고, (그런 것들을) 일단 대학에 가면 다 할 수 있는 줄 알았다”고 밝혔지만 결국 우리나라 교육의 적잖은 배신감을 느꼈다. 마지막으로 그녀는 “그래서 더 혼란스럽고 뭘 해야 할지 모르는 그런 상태가 된 것 같습니다”라며 자신의 현재 심경을 고백했다.
서강대학교 철학과에 다니는 서한얼씨는 “대학에 가면 뭐가 있는데”라는 고민을 했다고 한다. 조그만 (고등)학교 하나에서 공부 잘한다는 걸로 내 모든 자존감을 세웠다는 그는, 생각해보니 공부를 잘한다는 것은 자신의 특성도 아니고 자존감을 만들 수 있는 요소도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결국 그는 “이제 난 뭐지? 이런 생각이 드는 거죠”라며 ‘난 누구지’라는 자신에 대한 근원적인 정체성에 혼란까지 느꼈다고 한다.
한국의 주입식교육으로 인한 병폐가 곳곳에서 들어나며 최근 대학생들 사이에서는 이런 ‘대2병’이 유행하고 있다. 공부만을 위해 살아오던 그들이 이제 “나는 대체 뭐지”라는 고민을 대학교 2학년이 돼서야 하기 시작한 것. 그로인해 찾아오는 상실감은 적지않다. 공부만이 전부인 상태로 10년을 넘게 살아왔고, 결국 그들에게 남은 것은 공부뿐이기 때문이다. 미래에 대한 걱정과 고민을 하나 둘씩 하기 시작하는 대학교 2학년, 그들은 ‘대2병’을 겪는다. 대학에 들어와서야 뒤늦게 시작된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고민은 사춘기 ‘중2병’에 걸린 사람처럼 그들을 방황하게 만들고 무기력증과 우울증을 호소하게 만든다.
많은 네티즌들은 ‘주입식 교육’의 폐해를 지적하지만 쉽사리 해결책을 제시하지는 못했다. 많은 전문가들 역시 “교육의 뿌리부터 바꾸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고딩아니면말고 에디터 <제보 및 보도자료 https://woriclass.co.kr/ 저작권자(c) 우리학교클라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