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바로 취업전선에 뛰어든 여성 A는 20대 초반의 나이지만 어느덧 직장 생활 3년 차에 접어들었다.
사실 A도 친구들처럼 대학교에 가고 싶었으나 어려운 집안 사정 탓에 눈물을 머금고 대학 진학을 포기했다.
A에게는 나이 차이가 꽤 나는 오빠 하나가 있지만, 그녀의 인생에 딱히 도움이 되지는 않았다.
대학교를 졸업한 뒤 몇 년째 취업 준비 중인 오빠는 시간이 모자라다며 알바도 하지 않고 지냈다. 자신과 대비되는 오빠의 모습에 오히려 A는 상대적 박탈감만 느꼈다.
이 때문에 A는 자신이라도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이곳저곳에 이력서를 쓰기 시작했다.
우여곡절 끝에 취업에 성공한 A는 “돈을 모아서 대학교에 가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리 많지 않은 월급이지만 A는 매달 꼬박꼬박 적금을 부었다. 빨리 돈을 모으기 위해 옷도 덜 사고, 맛있는 것도 꾹 참다가 사먹고는 했다.
그렇게 A는 2년여 만에 4년치 등록금을 마련하는 데 성공했다.
대학교에 가려면 다니던 직장을 그만둬야 하는데, 몇 년을 다니던 곳을 하루아침에 그만두려니 마음이 싱숭생숭하기도 하고 선뜻 결정하기가 어려워 A는 어영부영 결정을 미루고 직장을 계속 다니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오빠가 할 말이 있다며 가족들을 모두 불러모았다. 오빠는 앞뒤 설명도 없이 “올해 안에 결혼하겠다”는 폭탄선언을 했다.
A는 취준생인 오빠가 모아 둔 돈이 있을 리가 없고, 집안 사정도 넉넉하지 않은데 무슨 돈으로 결혼을 하겠다는 건지 의아했다.
A가 “결혼 자금은 어디서 마련할 거냐”고 묻자 엄마는 “너 지금까지 적금 모은 거 있지 않느냐”며 “모은 거 다 오빠 빌려주면 되겠네”라고 말했다.
이에 A가 “등록금으로 쓰려고 모은 거라 못 준다”고 말하자 엄마는 역정을 내기 시작했다.
엄마는 A에게 “직장 계속 다니는 거 보니 대학교 갈 생각도 없구만, 오빠한테 돈 빌려주기 싫으니까 핑계를 대느냐”고 말했다.
이어 “그게 어디 너 혼자 번 돈이냐. 여태까지 키워 준 게 얼만데”라며 “오빠 인생에 도움 되는 일 좀 하라”고도 했다. 엄마의 말을 들은 A는 할 말을 잃었다.
그날 밤 A는 짐을 싸서 집을 나왔다. 갈 곳이 딱히 떠오르지 않아 혼자 사는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며칠만 재워 달라고 부탁했다.
이제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해진 A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사연을 올려 누리꾼들의 조언을 구했다.
해당 글에는 수백 개의 댓글이 달렸다. 대부분은 “절대 돈 빌려주지 말라”는 내용이었다.
비슷한 일을 겪은 적이 있다는 한 누리꾼은 “모은 돈 다 주고 빈털터리 된 뒤 어쩔 수 없이 부모랑 계속 사는데 아무도 고마운 줄을 모른다”면서 “안 갚는 건 당연하고 받은 놈은 부모가 준 거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또다른 누리꾼은 “애초에 돈 갚을 생각이 없으니 글쓴이에게 빌려 달라는 것”이라면서 “만약에 혼전임신으로 결혼하는 거라면 글쓴이에게 더 빌붙을 거다”라는 의견을 냈다.
동생 두 명을 둔 한 누리꾼은 “동생이 대학 가려고 모은 돈을 내 결혼자금으로 준다고 하면 미쳤냐고 할 것 같다. 제정신으로 그걸 어떻게 받느냐”며 분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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