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교는 전체 동이 6개 그리 넓지 않은 학교부지와 부족한 휴식 공간으로 인해서 나가서 수다떨기도 뭐하고 마땅히 모일 장소도 없는 그런 곳임.
그러나 동아리를 든 학생들에게는 꿀과 같은 휴식처가 제공되는데 그것이 바로 동아리 동방.
난 동아리 중에서 동방이있는 동아리에 가입하려고 했음
그 중에서도 내 취향에 맞는 동아리를 물색해 가장 내가 듣는 강의 과목들과 이동거리가 짧고 지나쳐다니기 좋은 시 창작 동아리에 들게 되었음.
OO관 지하 1층.
지하에 동방이 있어서 여름이면 시원하고 아무리 시끄럽게 굴어도 주위에 신경쓸 사람들 한명없다는 것이 너무나도 마음에 들었는데.
이상하게도 평상시에 그 동방을 방문하는 동아리 친구들이 아무도 없음.
선배들도 동방에 발을 들이기 싫어하는 눈치이고…
그 동방은 어느새 나만 줄기차게 들락날락거리는 아지트같이 되어버렸음.
이유는 뭔지도 모른채 난 잠깐잠깐 책만 놓고 다녀갔다 왔다하면서 며칠간 쓰고 있었는데 2주 뒤엔가 사고가 발생했음.
오늘같이 비가 오는 날이었는데 동방 지하로 계단을 밟아 내려가던 중에 동방 쪽에서 이상한 소리를 들음.
[히히히! 히힉! 히히히히히!]
꼭 이런 웃음 소리였음.
난 깜짝 놀라서 잠깐 멈칫했지만, 솔직히 동아리에 여학생들도 있었고 꼭 걔들 웃음소리가 비슷하길래. 섬뜩하면서도 계속 발걸음을 옮겼음.
그런데 동방 문앞에 딱 서있는데 난 그때 부터 심상찮음을 느끼고 엄청 혼란스러웠음.
보통 동방 문 틈새로 빛이 새어나오거나 할 것일 텐데 그 문 앞에 선 내가 봤을 때 동방의 전등은 꺼진 상태였음.
낮시간대라서 라고 생각하기에는 비가와서 날이 흐렸고 여자애들이 불을 끄고 논다고 생각하기에는 솔직히… 안에 사람 인기척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음…
거기 까지 생각이 미치자 머리가 갑자기 빙글돌면서 어지럽더니 내 다리가 후들후들거림.
별달리 어찌 할 바를 모르겠어서 동방 소파 위에 앉아서 쉴려고 문을 벌컥 열었는데.
정말 파란 얼굴이었음.
사람 얼굴이 그렇게 파란색일 수 있나 생각이 들정도로 새파란 얼굴이 소파 등받이 위에 살짝 받쳐져 있었음.
소파 등받이가 문쪽으로 놓여있어서 그 몸뚱아리를 볼 순 없었지만 새파란 얼굴의 남성이 날 쳐다보고 있었음.
순간 입에서 쌍욕이 튀어나오고 내가 들고있던 긴 장대 우산은 그 얼굴 쪽으로 집어던진 뒤에 동방 불을 확하고 켰는데.
다행이 헛것을 본것 처럼 그 얼굴은 온데간데 없었음.
등 뒤로 비지땀이 비오듯이 흐르고 머리카락이 쭈뼛쭈뼛 서는데 소파 뒤로
아직 그 얼굴이 있는건 아닌가 누가 숨어있는건 아닌가 확인하고 싶다는 생각이 자꾸자꾸 솟구치길래
소파쪽으로 다가가 확인해봤더니 나랑 같이 동아리에 들어왔던 신입생 한명이 누워있었음.
얼굴이 하얗게 질린 표정으로…
난 정신없이 흔들어봤지만 애는 정신을 못차리고 아쨌든 동방에서 나가야겠다는 생각에 애를 들어올려
뒤도 안돌아보고 허겁지겁 애만 끌어안고 빠져나와서 동아리 선배, 부장 할것 없이 다 불러 애 보건실에다가 놓고 밖에 나가 다같이 모여 이야기를 하는데…
난 내가 봤던 거랑 똑같은걸 선배들이 봤다는 사실을 들었고 그 동방에 이상한 것이 보이며 조심해야한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됨.
그 소파위에 누워있던 애는 잠깐 몸이 불편해 쉬러왔다가 심한 가위에 눌렸다고 나중에 정신을 차리고 말함.
놀라운건 그 가위에서 파란 얼굴을 한 사람을 똑같이 보았고 내가 와서 우산을 던졌던 것까지 가위가 눌린 상태로 생생하게 떠오른다고 기억하고 있음.
그러나 이건 그 파란 얼굴과의 악연과 첫번 째일 뿐이고…
그 동아리 생활 1년동안의 괴 현상은 본격적으로 지금부터가 시작이었음.
동방은 이후로 나 혼자 잘 못들어갔음.
첫째 이유론 너무 무서웠고 둘째론 꼭 같이 2인 이상 같이 들어오라는 부장의 말 때문이었음.
솔직히 정말 바쁘고 힘든 날엔 동방에서 쉬고 싶고 책이랑 과제도 동방에서 해야겠는데,
늘 그 곳에 친구 1명을 붙여들어오기란 영 불편하고 친구에게도 미안한 일이 아닐수 없었음.
난 그래서 책을 가지러 갈 때나 물건을 챙길 때 치고 빠지는 식으로 안전 불감증이라고 며칠 지나지 않아 또 들락거림.
그렇게 일주일 쯤 지났을 때였음.
이젠 동아리 방의 이상한 얼굴도 없는 것 같아 아침 일찍 와서 조금 밀린 과제를 하기로했음.
소파에 누워 뒹굴거리다가 동아리 책상에 주저앉아 노트북과 프린터 물을 보면서 피피티를 작성하는데…
동아리라면 어디든지 오래된 캐비넷, 얼마나 쓴건지 모를 서랍장들이 있을 거임.
그 쪽에서 딱! 하고 큰 소리가 들려왔음.
마치 어긋난 쇠와 쇳바퀴가 맞부딧치 듯이…
깜짝 놀라서 돌아다 봤는데 아무것도 없었음.
중간에 두번째 캐비넷 문짝이 살짝 열려 있었을 뿐.
사실 이 때 뛰쳐 나갔어야 했는데 실수였음…
약간 놀란 상태였지만 이상한 점도 없고 딱히 문제도 발생하지 않아 다시 피피티 작성에 몰두 했는데 이번엔
떵! 딱!
하면서 캐비넷 쇠문짝이 두번 튕기는 소리가 들림.
난 잠깐 뒤를 보기 망설여졌지만 진정하고 뒤를 홱 돌아다봤음.
역시 캐비넷 문짝만 전보다 더 열려있고 이상한 점은 없었음.
난 자리에서 일어나 캐비넷 문을 쿵소리 나게 닫았는데. 닫히면서 캐비넷은 약간의 쇳소리만 낼뿐 이었음.
그 순간 기분이 레알루 ㅈ같아씀
이 ㅈ같은 동방에서 빨리 나가야겠다는 생각과 함께 거의 다된 피피티를 마무리하고 일어설 생각을 하고 있었음.
책상에 앉지도 않고 피피티를 대충 완성한 뒤에 슬라이드 바로보기를 연타로 누르며 넘기는데 뒤에서 이번에도 역시나
딱! 딱! 따닥!
세번 정도 캐비넷 문이 튕기는 소리가 들림.
그리고 내 피피티 슬라이드 쇼도 더이상 슬라이드가 없다는 문구가 떴음.
그러나 나는 솔직히 그 자리에서 조금도 움직일수 없었음.
가만히 내 놋북만 다 끝난 내 과제만 응시하고 있었음.
숨소리도 죽이고…
가만히 응시했음. 20초? 아니 20초도 안되는 짦은 순간에 난 얼음이 되버림.
적막이 깨지고 내가 갇혀있던 동방 문이 벌컥 열렸음.
그러더니 내 옆으로 동아리 선배가 뭐라뭐라 떠들며 들어옴.
대충 날씨가 좋다는 얘기였던거 같은데 난 계속 숨을 죽이고 있었음.
선배는 내가 뭔가 이상한걸 눈치 채고 슬슬 다가와서 나한테 괜찮냐고 어깨를 흔들어보였는데,
난 잠시 망설이다가 검지로 내 놋북 모니터를 가리키고 선배를 거칠게 끌어당기고 나왔음
보통 피피티 슬라이드 쇼가 끝나고 검은화면이 유지됨.
내가 본 검은 화면에는 뒤에 캐비넷이 비쳐 있었는데 살짝 열린 캐비넷 문 안으로 그 파란 얼굴이 보임.
여전히 무표정인 그 얼굴이 웃긴건 이전과 달리 그 머리가 좌로 뉘여져서 이마 랑 눈동자만 열린 틈새로 보임.
솔직히 나랑 눈이 마주친것 같지는 않고 계속 나를 노려다보면서 언제 뒤를 돌아볼지 그리고 나를 언제 덮칠지 때를 기다리는 것 처럼 보였음.
난 선배가 들어왔을 때 노트북으로 그 얼굴을 가리켰는데 솔직히
그 얼굴이 선배에게는 안보여서 나만 병신취급 받을 줄 알고 그런건데
불행인지 다행인지 선배도 검은 스크린에 비친 그 얼굴을 보았다고 함…
한동안 난 그 공방에 내 물건 다 챙겨나온 뒤 들어가지 않았음.
대책이 필요했음.
어렵게 따낸 동방이었고 아무리 학생총회에 떠들어보던 부질없는 짓이었음.
헛소리 하지말라라는 답변만 돌아왔으니…
우리 동아리는 동방을 옮기길 간청했으나 솔직히 학교측에서는 별다른 동방으로 쓸 공간도 없고 정 그렇다면 동방을 차라리 회수하겠다는 소릴했음.
우리 동아리 회원들은 모두 모여 단체로 술을 즐겨했기 때문에 그 날 술자리에서는 그 문제로 떠들기 시작했음.
난 동방에 이제 완전히 질려버려서 차라리 동방을 폐쇠하자는 쪽도 혹하고 있었는데
동아리 선배나 친구들은 다들 생각이 어떻게든 동아리를 사수하고 싶다는 쪽이 강해보였음.
난 별달리 의견을 내놓지 않고 있었는데.
사람들이 하는 말이 가면갈수록 가관이길래 중재할 필요가 있어보였음.
무당을 불러 굿을 하자느니, 떡을 놓고 제사를 지내서 귀신을 달래보자느니…
이상한 소리들만 하고 대책은 없어보이기에 나는 순간 예전에 어렴풋이 기억나는 이야기를 토대로 의견을 냈음.
몇몇 기가 안좋고 잡귀가 많은 곳에서는 항상 불경을 틀어놓거나 주기도문이 녹음된 테잎을 틀어놓으면 좋다는 이야기를 아주 예전에 들었던 것이 생각난거.
그래서 난 주위에 헛소리를 중재시키고 가장 구하기 쉽고 실천해보기 쉬운 걸로 라디오 방송 중에 기독교 방송을 항시 틀어놓는건 어떨지 얘기함.
당연히 주위에서는 좋은 생각이라는 말들이 쏟아졌음.
가까운 문구완구 점에서 중형 라디오를 구매하고 우리는 바로 기독교 방송 106.9와 93.9 채널을 하루 종일 틀어놓기로 의견을 좁혔음.
다음 날 아침 동아리 선배들과 함께 들어온 동아리 방은 평상시와 다를바 없었는데
마음이 무겁고 울적한 기분이 들었던 것은 내 마음이 무척이나 그곳에서 혼란스러웠기 때문이었음.
들어오자마자 빈 소켓에 코드를 꽂아넣고 전에 알아왔던 라디오 채널을 맞춰놓고 방송이 잘 들리는지 확인하고 난 바로 나갔음.
항시 틀어놓는 채널은 두개로 모두 합의함. 106.9와 93.9로 통일하기로 한 것임.
둘다 제일 알기 쉬운 기독교 방송이었고 일정 간격을 두고 기독교 특유의 기도문들을 읇어주는 방송이었으니 우리가 생각하기에 이보다 훌륭한 채널도 없었음.
다행스럽게 한동안 정말 기독교 방송 덕분인지 이상한 현상이나 그 이상한 얼굴을 본적이 없었음.
정말 만족스럽게 중간고사를 동아리 방과 강의실을 왔다갔다하면서 지낼 수 있었던 것임.
그런데 중간고사가 끝나고 다시 문제가 발생했음.
어느날 나에게 문자가 왔음.
당시엔 카톡이 아직 널리 보급되지 않을 때라 문자가 더 편했으니까 문자가 왔음.
문자를 받고나서 보니 내용은 즉슨 “누가 라디오 채널을 돌려놨다” 는 것이었음.
우리끼리 라디오 채널을 건들이지 않고 두 방송사만 틀어놓기로 합의한 상태였는데,
요 근래에 그 라디오 채널이 자꾸만 돌아가있다는 것이었음.
솔직히 그 문자만 받고는 누가 다른 방송이 궁금해서 틀었구만 하고 넘어갈 수 있었지만…
내가 교양과목 중간고사를 망치고 동방에 들어갈 때 그런 내 안일한 생각이 바뀌었음.
OO관에 도착한 나는 잔뜩 착잡해진 마음으로 계단을 내려왔는데 동방 앞에 왠걸,
우리 동아리 여자부원 한명이 안절부절 못하면서 동방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서있는 것이었음.
이유인 즉슨 요즘 또 다시 이상한 일이 생기는 것 같다는 소리.
속으로 욕짓거리가 나왔지만 솔직히 난 남자이고 걘 여자인데 그앞에서 쪽팔리게
나도 못들어가겠다라고 할 수 없었기에 당당하게 괜찮다면서 내가 먼저들어갈 테니까 따라들어오라고 떵떵거리면서 들어갔음.
곧 나는 쏜살같이 동방을 빠져나왔음.
이유인 즉슨 어두운 동방 안을 메우는 라디오 소리가 노이즈 소리로 가득차 동방에 울리고 있었기 때문임.
밖에 듣고 눈치 챘어야했는데…
라디오는 전혀 엉뚱한 채널로 돌아가 그 라디오 특유의
“치지지지지지지지지….”
소리만 내고 있었음.
그때만 생각하면 지금도 온몸에 소름이 돋고 털들이 쭈뼛쭈뼛 서는데 나와 그 여자애는 우왁 소리를 지르면서 계단을 뛰쳐 올라갔음.
그리고 다시 강의가 비는 선배 한명을 더 불러내어 그 동방에 들어갔음.
역시 라디오는 엉뚱한 채널에서 노이즈 소리만 내고있고…
정말 기묘했던 것은 라디오 채널을 돌리는 버튼이 어떤 특정 주파수에 맞춰진게 아니라 그냥 끝까지 돌려놓고 일부러 아무 소리도 안들리게 해놓은 것처럼 해놓은 것이었음.
순간 왜 이런 동아리를 들었는지 짜증나고 스스로 억울해서 막 속에서 울분이 터졌지만
같이 들어온 선배는 “그냥 누가 장난친거 아니냐?” 라는 안일한 소리만 하고 있어 그 앞에서 속에서 튀어나올 화 참기에 바빴음.
난 이대로 안되겠다면서 다음 대책을 마련할 것을 정말 강력하게 주장했음.
더 이상 이런 걸 경험하기 싫었고 나이도 어렸으니까 충격이 컸던 것도 있음.
대부분의 동아리 부원들도 나와 같은 생각이었고 이번에는 우리가 더 꾀를 내기로 했음.
1. 라디오 주파수 버튼을 뽑아버림.
2. 누가 라디오에 손을 대는지 알기 위해 라디오에 12시간 짜리 녹음 테잎을 넣어 녹음함.
3. 아무도 쉽게 손댈 수 없는 높은 자리에 올려둠. [단 캐비넷 위는 안됨.]
다음과 같이 라디오를 배치, 개조해두고 우리는 다음날 라디오 상태가 어떻게 변해있는지 확인하도록 함.
다행스럽게도 다음날 라디오는 여전히 기독교 방송을 떠들고 있었고 녹음 테잎에는 별다른 이상한 소리가 잡히지 않았음.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우리는 몇일간 또 그렇게 동방을 사수함.
동방 때문에 어찌나 골머리를 썩혔는지…
동방 일때문에 난 거의 몇 주 사이에 10kg가량 자동으로 살이 빠졌음…
볼이 홀쭉해져 날 보는 사람들 마다 항상 어디 아프냐는 소릴했음
시간이 얼마 가지 않아 또 다시 사고가 터졌음.
지난번 동방 앞에서 들어가지도 못하고 안절부절 못하던 여자애로부터 전화가 왔음.
걔는 몹시 떨리는 목소리로 나에게 울음 섞인 말을 아무렇게나 내뱉고 있었음…
지금 기억나는 말들은 대충
“봤어 봤어 그 파란머리를 봤어! 그게 막 흔들어! 봤어! 봤어!”
이런 고함을 지르더니
“빨리와 봐! 빨리와 봐!”
라고 소리치더니 그대로 전화를 끊어버렸음.
난 첫 강의 후 점심이나 먹으러 가려던 참이었는데 그 전화 때문에 식욕이 확 달아나버렸음.
동방에 들어서자 마자 그 여자애 울음소리가 소름끼치도록 울려퍼짐.
다들 둘러앉아 그 여자애 이야기를 들으며 토닥이고 있는데 여자앤 한마디로 제정신이 아닌듯했음.
늦게온 내가 들은 바로는 여자애 이야기는 다음과 같았음.
자기는 여느 때처럼 아침일찍 과목에 맞는 서적을 챙기러 동방 문을 열었는데 아직 이른 시간이란 무척 어두컴컴했던 동방에 파란 무엇인가가 보였다.
그리고 우리 동방에 울려퍼져야할 라디오 소리는 꺼져있었고,
그 파란 무엇인가는 자신이 동방 문을 열었는지 말았는지 관심도 안두고 미친듯이 그 얼굴을 좌우로 흔들어 대면서 끄덕끄덕…
즉 그 파란 머리가 동방에서 미친듯이 머리를 흔들며 춤을 추는 것 처럼 보였다는 얘기였음.
난 그 소릴듣고 라디오를 바닥에 있는 봤는데 동방 바닥에 내팽개쳐져있는 라디오는 반으로 쩍하니 갈라져 망가져있었음.
무슨 생각이었는지 모르겠으나 난 라디오의 녹음 테잎을 꺼내서 바로 챙겼음.
그리고 다들 이 자리에서 나가자고 말하면서 정말 황급히 그 동방을 빠져나왔음.
그리고 완구점에서 9900원 짜리 녹음기를 사서 바로 틀어봤는데.
처음엔 아무소리도 안들림.
그리고 정말 아무 소리도 안남.
너무 길게 녹음 되서 어찌 초반부에 무슨 소리가 날리가 만무하다고 판단한 나는 녹음기를 빨리감기해서 계속 넘겼음.
계속 빨리감기 하던 중에 녹음기에 테잎이 지이익하며 늘어지는 소리가 났음.
다시 조금 되감기를 하고 틀었을 때.
드디어 그 무슨 소리가 들렸음.
그러나 다들 그 소리를 듣고 어리둥절한 표정이었음.
동방문을 열고 누가 들어오는 소리도 아니었고, 라디오에 누가 손을 대는 소리도 아니었음.
그저 큰 소리가 날 뿐이었음. 그러나 난 그 소리가 무슨 소린지 단박에 알아차림. 그 소리는 다름 아닌.
떵! 딱! 따닥! 딱!
내가 몇 주전에 들었던 그 소리였음
팔에 소름이 돋으면서 등뒤로 오싹함이 더해졌는데 난 그 소리를 알고있다고 말하면서 내 목 뒤로 식은땀이 송글송글 맺히는 걸 느꼈음.
내 말에 다들 그런 소리하지마라 개소리다 믿기싫다 믿을 수 없다라고 떠들었지만 사실 나랑 같이 그날 그 얼굴을 보았던 형이 있었으니까 다들 믿고 수긍할 수 밖에 없었음.
그렇게 우린 한동안 긴 침묵에 빠졌음.
그러던 중에 우리가 모인 장소로 한 선배가 부산을 떨며 도착했음.
강의가 늦게 끝나서 제일 마지막에 뭉친 누님이었는데 누님은 품에 이상한 상자 하나를 들고 오고있었음.
우린 다들 말을 잃고 있어서 서로서로가 대면대면하게 있었는데 동아리 선배는 싱글싱글 웃으면서 하는말이 자신이 선물로 받은게 있는데 보여주겠다면서 상자안을 슬쩍 보여줬음.
상자에 든것은 개였음.
강아지를 보면서 갑자기 여자 부원들이 히죽거리면서 분위기가 좋아졌고
그놈의 파란 얼굴 때문에 적잖이 놀라 파랗게 질렸던 남자 부원들 또한 얼굴에 혈색이 돌았음.
작고 귀여운 슈나우저를 꺼내보여주면서 그 선배는 구세주 같은 이야기를 함.
슈나우저는 독일말로 입이라는 뜻을 나타낸다. 그 의미는 부정하고 나쁜 것, 해로운 것을 입으로 물어뜯어 죽인다는 말에서 지어진 이름이라고 그렇게 이야기했음.
그때 까지만해도 이 누님이 뭔소린지 몰랐던 나는 그 누님이 이 강아지를 동방에서 몰래 키우자는 소릴 하시기에 그때야 알아차림.
아침마다 선배가 동방에 강아지를 데려와서 같이 놀아주고 애가 어질러놓은 동방을 치우고 똥을 치우고 하면 동방의 분위기가 전에 없던 만큼 밝고 화사해짐.
그 이상했던 기분과 기묘했던 일들이 정말 거짓말 처럼 사라졌음.
게다가 이 강아지는 가끔 우리랑 놀때 아주 가끔씩 허공을 보면서 찢어죽일 듯이 짖어댔는데 그때 마다 소름이 쫙 끼쳤지만 아무일도 다행이 발생하지 않았음.
1달 뒤 마리가[강아지 이름] 이제 딱 1년 한살배기가 되었다는 소릴 듣고 기분좋아서 개껌하나를 사서 동방에 갔을 때였음.
마리는 동방에 혼자 냅두고 있었는데 내가 동아리 친구들이랑 그곳에 갔을 때 마리는 이상한 짓을 하고 있었음.
솔직히 두려웠으나 그 행동이 특이해서 관심을 가질만 했는데.
마리가 망가지고 페인트가 벗겨져서 안쓰는 뒤로 돌려져 놔있는 캐비넷의 옆에서 킁킁거리면서 냄새를 맡고 있는거임
행거에 숨어있어서 장난을 치자는 줄 알았지만 행거를 치워놔도 마리는 계속 그 캐비넷에 냄새를 킁킁거리며 맡고 이상하게 앞발로 캐비넷을 박박 긁고있었음.
우린 찜찜함을 느끼고 가만히 그 짓을 바라만봤지만 곧 남자애들이 힘을 합쳐 그 캐비넷을 한번 돌려 놔 보기로 했음.
아무것도 들어있지 않은 줄 알았던 캐비넷에서 이상한 소리가 났음.
땅땅.
하면서 무엇이 그안에서 부딪치는 소리가 들렸음.
마침에 힘을 합쳐 캐비넷을 돌려놨을 때 우리는 그안에서 들리는 소리의 정체를 확인 할 수 있었음.
그리고 우린 순간 아비규환이 되었고 마리는 우리의 그런 행동에 놀랐는지 마구 짖어댐.
캐비넷 안에는 마네킹이 들어있었음.
마네킹은 목이 없었는데 아무래도 목만 빠져 어디로 가버린듯 했음.
그리고 마네킹은 전체적으로 파란빛을 띄고 있었음.
와 난 그 마네킹 몸뚱이를 생각하면 아직도 소름이 돋음.
마치 막혔던 미로를 한번에 확 풀어버리고 속에 쌓였던 앙금이 한번에 떠밀려 내려가면서 미스테리가 풀리는 듯한 그 소름이 아직도 생각남.
우리 동아리에 4학년 이제 취업준비 졸업준비에 바빠 한버도 동아리에 들르지 않은 선배가 그 마네킹이 뭔지 이야기 해줬는데 그게 더 가관이었음.
이야긴 즉슨 그 마네킹이 뭔지 알고 있다는 이야기였음. 자기가 신입생 때였는데 자기 때 동아리 부장 [지금은 졸업해서 없음]
동아리 축제에 쓸만한 소품을 구했다면서 마네킹을 가져왔다.
마네킹은 하얀색이었는데 축제에 쓰기 위해 파란 색으로 칠했고 축제를 즐기고 나서 마네킹 머리가 사라졌다.
그리고 마네킹을 갖다버린 줄 알았다.
그러면서 끝으로 말하길…
“사실 그 마네킹 기분이 아주 나빴다. 파란 물감을 칠 할 때 그 마네킹 머리가 자신들을 쏘아보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당시 부장에게 그 마네킹을 어디서 구했느냐고 물었을 때 자기 원룸 앞 재활용장에 그냥 버려져있었다는 말을 하더라”
라고…
우린 그날 그 마네킹을 있는대로 부셔서 버렸고 그 뒤에 그 파란 헛것을 보는 사람도 없었음.
고딩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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