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내 군생활 중 가장 끔찍했던 기억 중 하나일 것이다.
사단 공병대대에서 야전공병과 군종병 보직을 겸하고 있었던 나는
주중에는 대대에서 근무하고, 주말에는 사단 교회에서 군종병 업무를 맡다보니
대대 내 병사들 중에서는 사단 내 소문에 대해 가장 빨리 아는 편에 속했다.
주말에 교회 사무실에서 모여서 사무업무를 보다보면 사단 내 타 직속부대에서 온 군종병 아저씨들이랑
이것저것 떠들다 보면 별 시덥잖은 소문도 듣곤 하지만, 가끔 대대 내 병사들은 아직 알지 못하는
사단 내 자잘한 훈련일정같은 것도 듣게되어 여러모로 도움이 되곤 했다.
부대특성상 공병이란 별별 곳에 끌려가는 부대이기 때문에 그런 점에선 미리 대비할 수 있어서 좋았다고나 할까
어찌됬든 지금 이야기 할 괴담은 그렇기에 무서운 괴담이긴 하다.
그닥 커다란 문제는 아니고, 사단 본부대 지역 내 외곽초소 중 현재 안 쓰이는 곳에서 자꾸 귀신이 나온다는 이야기를
사단군종병 아저씨가 이야기를 한 것이 그렇게 커다란 문제가 될 줄은 몰랐다.
당시 내가 있던 사단 부대는 사단 본부대+보급대대+헌병대+그리고 내가 있던 공병대대가
산 밑 능선에서 산 절반을 둘러쌓고 있던 모습을 하고있었고,
그렇기에 산 위쪽 철조망에는 경계초소가 철조망을 따라 쭈욱 세워져 있었다.
문제가 되는 초소는 그 산 정상을 향해 있던 방향쪽으로 경계하던 초소였는데
현재는 쓰이지 않는 초소이기에 아무도 거기에 신경을 안 쓰고 있었다가
당시 북한군 귀순 사건 때, 상부에서 명령이 내려와서
최전방도 아닌 우리 부대에도 경계 강화 명령이 내려왔기에 쓰지도 않던 저 초소에 갑자기 경비대대 이외의
사단 본부대 병력이 근무투입을 하게 된 것이다.
…충분히 이 정도 일만 해도 군필자 입장에서는 괴담이지만, 문제는 그 초소에서 진짜 귀신이 나왔다는 것이다.
밤 12시~새벽 3시쯤에 , 턱에 구멍이 난 채 피를 철철 흘리면서 구형 전투복(디지털이 아닌 얼룩무늬 전투복)을 입고
근무자를 째려보는 귀신이 그 좁은 초소에 나타났다가 순간 사라진다는 것이다.
처음 목격자가 나타났을 때는 다들 근무 중에 잠들다가 헛것을 본 게 아니냐면서 당시 근무자들을 엄청 혼냈다고 한다.
그런데 2주일 내에 목격자 수가 10명이 넘어가자, 본부대에서는 난리가 난 것이다.
경계 근무를 섰던 병사들만 그 귀신을 본 것이 아니라, 순찰을 돌던 간부들도 경계병 뒤에서 있던 그 귀신을 보았다고 할 정도니 난리도 아니었던 모양이다.
뭐 이쯤되면 흔한 군대 괴담이다 싶을것이다. 뻔하디 뻔한 괴담.
그러나 군대 내에서의 소문은 항상 빨리 퍼지다보니 결국 이 소문이 사단장의 귀에까지 들려진 모양이다.
다른 사단장같으면 굿이라도 한 판 했겠지만, 독실한 기독교인이던 우리 사단장은 절대 그런 짓은 하지 못했고 결국 가장 원시적인 방법을 선택했다.
“뭐 거기서 게속 소동이라도 나면 초소라도 옮기지. 이왕 이리된 거 거기 거슬리는 언덕도 좀 평탄화 시키고…”
참고로…사단 내 공사나 기타 잡일들은 공병에서 도맡아 한다..
고딩에고고 에디터 <제보 및 보도자료 https://woriclass.co.kr/ 저작권자(c) 우리학교클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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