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로마의 목욕탕은 얼마나 깨끗했을까?

로마 제국은 목욕문화가 발달했고 로마인들은 목욕을 즐겼다는 것은 일반적으로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때문에 현대를 사는 우리들은 막연하게 ‘현대 목욕탕’의 이미지를 떠올리며 ‘로마인들은 참 깨끗하게 살았구나’ 생각하곤 한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장대한 로마 목욕탕의 유적들을 살펴보고, 그 모습을 상상하다보면 놓치기 쉽지만

그런 화려함과는 별개로 로마시대 대중목욕탕의 위생 상태는 상당히 안좋았다.

아니 그 정도를 넘어서 ‘위험한 수준’이었다.

 

 

꾸준히 물을 갈고 청소를 하는 현대의 목욕탕과는 달리

로마의 목욕탕은 물을 자주 갈았다는 증거가 전혀 없다.

몸을 씻고 탕에 들어가는게 현대의 상식이지만 로마인들은 몸에 기름을 바르고 탕에 들어가 몸을 마구 문지르고 때를 씻어냈다.

심지어 당시 기록들을 살펴보면 “신전이나 시장, 길거리, 목욕탕에서 대변을 보는 놈은 신의 분노를 받을거다!” 라는 내용이 발견되는데 이런 기록이 남아있다는건 그만큼 목욕탕에서 용변을 보는 사람이 많았다는 것을 뜻한다.

한마디로 먼지, 때, 체액, 분비물, 병균 가릴 것 없이 다른 사람들이 욕탕 안에 가지고 들어온 것들을 모든 사람이 물 속에서 공유했다.

당연히 전염병이 퍼질 위험이 높았지만, 그런 위험을 감지한 사람이 있었다는 증거는 전혀 찾을 수 없다.

 

오히려 당시 의사들은 목욕이 ‘병을 치료한다’고 생각했고, 환자들에게 목욕탕에 갈 것을 권했다.

때문에 환자들은 목욕탕에 가서 병을 퍼트렸고, 때로는 새로운 병을 얻어오곤 했다.

이런 대중목욕탕의 더러움을 목격한 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다음과 같이 기록하기도 했다.

“그대들 눈에는 목욕이 어떻게 보이는가? 목욕은 올리브 기름과 지저분한 찌꺼지, 진흙탕, 역겨운 모든 것들 속에서 몸을 뒹구는 것이다.”

로마의 목욕탕 문화는 훗날 기독교/이슬람 세력으로 지중해권이 나뉘어진 중세에도 계속 이어지지만 ‘흑사병’이라는 무시무시한 전염병이 대대적으로 유행하고 ‘목욕탕이 전염병을 퍼트릴 수 있다’는 관념이 비로소 생겨나면서 쇠퇴를 맞게 된다.

 

그렇다면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같은 사람을 빼고는 로마인들은 모조리 목욕탕이 더러운줄 모르는 눈뜬 장님이었던 걸까?

오로지 씻기 위한 위생의 목적으로 목욕탕에 가는 오늘날과는 달리 로마인들에게 목욕탕은 온갖 편의시설과 놀이문화가 갖춰져있는 일종의 사교적 만남의 장이었다.

오늘날 우리의 생각을 지배하는 소위 상식이나 교양 같은 것들은 너무나 자연스러워서 수천년전의 과거도 오늘날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실수를 범하곤 한다.

‘손을 자주 씻어야 병에 걸리지 않는다’ 같은 ‘위생관념’이 생겨난게 불과 수백년전이라는 걸 생각하면 로마인들의 더러운 목욕탕 풍경은 그들에게는 당연한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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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공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