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글쓴이가 자신이 좋아하는 여성을 관찰하면서 느낀점을 담은 글이다.
A씨는 그녀에 대한 관찰을 ‘키가작다’, ‘배고프다’, ‘예쁘다’, ‘보고 싶다’, ‘좋아한다’로 나눠 설명했다.
“키가 작다. 계단 하나 정도 올라가야 아주 고개를 숙이지 않고 네 눈을 볼 수 있다. 나란히 걸을 때면 언제 쯤 뿌리 염색을 해야할 지가 보인다”라며 “운동화를 신으면 걷는 게 아장장하게 되는데 참 내가 찻길을 보면서 웃는 건 다른 우스운 생각을 하는 게 아니다. 언제쯤 이런 너를 쓰다듬어 볼 수 있을까”
“배고프다. 같이 듣는 아침수업에 아침을 못 먹고 오는 지 배에서 이상한 소리를 낸다. 다 들리는데 모른 척 하느라 힘들다. 소리가 날 때마다 나는 일부러 조금 시끄럽게 물을 마신다. 같이 아침 먹자고 해볼까. 과일 도시락이라도 싸가 볼까. 너는 맛있게 먹어줄까”
“예쁘다. 이게 어떻게 말해야 할 지 좀 모르겠는데 말을 할 때면 나를 줄 곧 뚫어지게 봐준다. 먹으면서 들어줘도 되는데 당최 숟가락을 쥘 생각을 않는다. 배고프다 하지 않았나. 그렇게 쳐다보면 난 또 밥을 어찌 먹을 수가 없다. 그래도 참 좋다. 난 턱을 괴고 또 네 얘기를 듣는다”
“보고 싶다. 비 온다 꽃 폈다. 금요일이다. 그냥 하루종일 이런 시원찮은 이유들 중에 어떤 일로 연락을 하면 네가 반갑게 맞아줄 지 생각하는데 사실은 다 별로여서 그냥 네 이름을 부른다. 다행히도 그 때마다 너는 내 이름을 불러준다”
무엇보다 많은 누리꾼들에게 설렘을 선사한 마지막 문단이다.
“좋아한다. 은행잎 떨어지는 밤 술에 아주 취한 네가 나를 안았을 때부터 노랗게 쌓이던 너는 이제 벚꽃잎이 되어 봄스럽게 나린다. 너는 그 긴 밤을 끊기 필름에 적었지만 난 이렇게 메모에 남겼다. 이제는 내가 취하지 않았을 때 너를 안고 싶은데, 너는 또 어떨까 모르겠다. 많이 보고 싶다”
보는 이들의 마음까지 녹인 이 사연은 현재 2만 7천여명의 유저들이 좋아요를 눌렀으며, 공유수는 6000개에 달한다.
뜻밖의 관심에 놀란 글쓴이는 자신을 공대생이라고 밝히며 “매주 실험을 한다.
지금 아랫쪽은 서서히 꽃이 지고 있는데 공대쪽은 이제 꽃이 활짝 피어서 정말 예쁘다”라며 “낙성대 셔틀을 타고 등교하다가 쓰게 된 글이다.
곧 꽃비가 내릴 것 같으니까 함께하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관악 02가 지나다니는 길을 따라 한번 걸어봐라.
저도 그 친구 머리에 벚꽃잎이 내려앉는 걸 너무 보고 싶어서 점심먹고 걷자고 얘기해 보려고 한다”라고 전했다.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은 “처량하다. 시험기간에 공부는 안 하고 열람실에서 남들 사랑이야기나 읽고 있다. 흥 잘 되든가 말든가.”,
“아프다. 글도 짝이 있는데 난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없다. 그럼에도 난 항상 생길꺼야, 씨익 웃으면 아무렇”,
“서울대학교에는 작가들이 왜이렇게 많냐”, “은행잎 떨어질때 노랗게 쌓이던 ‘너’가 이제 벚꽃잎이 되어 봄스럽게 나린대… 난 여기서 사망”,
“무슨 공대생 필력이 이렇게 좋아요?” 등의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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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SBS ‘그겨울, 바람이 분다’ 캡처(위 사진은 기사내용과 무관함) / 서울대학교 대나무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