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자취방’에 쳐들어간 여자의 결말

감기로 인해 새벽까지 잠을 설치고있는데 새벽 두시 좀 넘었던걸로 기억합니다.

갑자기 제 원룸 도어락 번호를 누르는 소리가 들리는겁니다 ㄷㄷ 와 진짜 순간 식은땀이 나더라구요.

도둑이면 일단 싸워야겠다는 생각에 현관문 근처

수납장에서 망치를 꺼내 사람없는척 조용히 현관문 밖의 소리를 듣고있는데

비밀번호 한 3번 틀렸나 그제서야 나즈막히 여자 목소리가 들리더라구요.

” 아 왜 안열려…”

저는 순간 ‘아 여자니까 도둑은 아니겠구나’ 하는 안심에 문을 발칵 열었습니다.

문밖에 서있는 어떤 처자의 모습은, 예전 티아라 함은정 머리스타일 같은 단발머리에

베이지색 코트, 스키니 청바지 그리고 높은 하이힐. 그 와중에 어떻게 순간 스캔까지

다했는지 저도 신기하지만 정말 우와 소리 날만큼 예쁜 처자분께서 서 계시더군요.

근데 문제는 문이 열리자마자 혀꼬인 목소리로 “아 왜케 늦게열어…” 이러면서

제 집으로 막 들어오는 겁니다ㄷㄷ 저는 어? 어? 잠시만요~ 하면서

팔로 막았는데 신발벗고 몇걸음 들어오더니 그 처자도 취한 그 와중에도 몇걸음 들어와서

보니 여기가 자기집이 아닌줄은 알았나봐요. “어..뭐지..죄송해요..” 하면서 비틀거리며

하이힐 다시 신더니 나가더라구요? ㅋㅋ

제가 사는 원룸건물은 한층에 두가구 뿐인데 제 옆집에는 제 또래의 자칭 독신남

(제가볼때는 모태솔로) 살고있어서 그 여자분의 집도, 옆집남의 여자도 아니여서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인가, 그녀는 누구인가 하는 추리를 하며 다시 잠을 청하려는데 이상하게 자꾸 밖의 상황이 궁금해지더군요.

어딘지 모르지만 다시 집을 잘 찾아간건가? 하구요.

그래서 혹시나하고 다시 나가보니 아니나다를까! 엘레베이터 옆 계단에 앉아서 벽에 기대 자고있더군요 ㄷㄷ

롱패딩도 대장 파카도 아니고 코트하나로 저대로 자다가는 얼어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제가 흔들어 깨웠습니다.

“저기요~ 저기요~ 몇호 사세요?” 그랬더니 살짝 다시 정신을 차려 하는말이

혀꼬인 옹알이로 “601호..” 라고 하더라구요. (저는 801호)

아무래도 엘베 6층을 8층으로 잘못눌러서 온거같다는 이상황에 전혀 쓸데없는 추측을 완성하며

팔을 부축하여 마치 형사가 범인 연행하는 자세로 601호까지 계단으로 데려다 드렸습니다.

601호 앞에 도착했는데 생각해보니 좀전의 상황에서 그 처자가 저희집에 들어왔을때 저보고

“아 왜 늦게열어..” 라는 말이 떠올라 누군가 동거인이 있구나 하는 생각에 저는 벨을

눌렀습니다. 역시나 안에서 다른 처자의 누구세요? 하는 목소리가 들리더군요. 저는 감기걸린

가래끓는 목소리로 겨우 “801호 거주자입니다~” 라고 말했고 “네??” 하며 문을 조심스럽게  연 안에 있던 처자는

제가 부축하고 있는 처자를 보자마자 정말 화들짝 놀라며 저보고 누구냐고..(방금 801호 거주자라고 말했잖아..ㅠㅠ) 감기걸려서 말하기도 힘들어 죽겠는데

다시한번 이러이러하다는 자초지종을 설명했습니다.

그제서야 그 안에있던 처자는 문을 활짝열고  제가 부축하고 있던 처자를 향해 “이 미친O 가지가지하네..” 하는 쌍욕과 함께

저에게 그 처자분을 인수인계받고 정말 감사하다고 하며 모든 상황은 정리가 되었습니다.

집에 다시 올라와서 생각하는데 많은 생각이 들더군요. 혼자산지 벌써 몇년차인데 이런일은

한번도 없었고, 27~8살쯤으로 보이는 그 예쁜처녀가 하필 크리스마스날 새벽에 이런일이?

몇년째 외롭게 크리스마스를 혼자 보내고있는 나에게 산타클로스가 내려준 선물인가?

혹시 그처자가 아침에 일어나 어제 있었던 자초지종을 듣고 저희 집을 찾아와 케익을 주며

감사의 죄송한 마음을 담아 선물을 주는건 아닐까? 이런게 인연인건가? 하는 강철비 영화같은

말 같지도 않은 시나리오를 혼자 써대며 아파죽겠는데 아침에 일어나 샤워에 면도까지 했어요.

지금 시각 12시가 넘었네요.. 케익은 개뿔 찾아온사람도 없고 혼자 라면끓여먹고있네요..

날씨 참 화창하네요..


고딩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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