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할아버지의 사후세계 경험담

 

 

이건 외할아버지 경험담이고 오래전에 고인이 되셨어.

외할아버지가 사망진단 받고

당시 외할머니가 외할아버지 얼굴 조금 더 보고 보내드리고싶다고
집에 시신을 모셔와서 안방에 두셨거든.

이틀 뒤에 안방 문이 열리면서 외할아버지가 물 좀 달라고
하시면서 기어나오시는데 외할머니 이모들 다 기절.

외삼촌들 하고 이모부들 우리 엄마만 겨우 정신줄 잡고 계시고
나는 그 때 어려서 멀뚱멀뚱 보고 있었다는.

물 갖다 드리고 팔다리 주물러 드리고
기절한 사람들 챙기고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었어.

몇달 지나서 다시 외가를 찾았어.

정말 죽었던 사람이 맞는가 싶을 정도로 쌩쌩하셨음.

밭에서 일도 하시고 지게도 지시고, 다들 어디로 가고
집에 나랑 외할아버지랑 둘이 아이스크림 빨고 있는데

외할아버지가 얘기를 해주시더라.

외할아버지가 기지개를 펴면서 일어나니까
다들 울고 있더래.

왜 우냐고 말을 해도 아무도 대답도 안해주고
멀뚱 서 있는데

병실 밖에서 검은 정장을 입은 남자가 00씨 하면서 부르더래.
00씨가 외할아버지 성함.

생각하고 말고 없이 그냥 몸이 졸졸졸 따라가는데
무섭다거나 그런 느낌은 들지 않고
좀 슬프다. 그런 느낌만 드셨다고 하셨어.
뒤에서 우는 소리는 계속 들리고.

검은정장을 입은 남자 따라서 부지런히 걷다보니까
어릴적 살던 동네가 보이는데
보도 못한 강이 있는데 강물이 시뻘개서 소름끼치셨대.

그 강을 검은정장 남자가 물 위를 터벅터벅 걸어가는데
할아버지가 머뭇거리니까 빨리 오라고 다그쳐서 따라갔는데
외할아버지도 물 위를 걷고 계시더래.

그렇게 강을 건너고 황무지를 한참 지나서
검은색 목조건물이 보이고 막 대문을 지나갈려고 하니까

대문 안쪽에서 검은 상복을 입은 여자가 나오더니
사람 잘못 데려왔다고 너 다시 가라고 쫒아내더래.

쫒아내면서 하는 말이 남은 수명 3년 더 살거면
너 가다가 아는 사람 만나도
무시하고 뒤도 돌아보지말고 네발 짐승이나 따라가.
이러면서 외할아버지 데려왔던 남자하고 건물 안으로 사라졌대.

왔던 길로 되돌아 가는데
몇년전에 죽었던 죽마고우 친구가 서 있더래.
자기 쪽으로 오라고 손짓하면서.

여자가 했던 말이 생각나서
무시하고 지나가는데 그렇게 쌍욕을 하더래.

이후에도 여러 친구랑 마주쳤는데 다 무시하고 지나가셨대.

강쪽에 다다라서 아까는 없던 다리가 하나 놓여있었는데
그 다리 앞에 어릴때 죽은 이모가 서 계셨대.

[지금 살아계시는 이모들 말고 아주 어릴적에 열병으로
죽은 이모 한분 계심]

차마 이모는 무시 못하시고 앞에까지 갔는데 이모가 손을
잡아달라는 듯이 내밀더래.

그 손을 잡으려는 찰나에
뭐가 바지 가랭이를 물고 잡아당겨서 내려다 보니까

외가에서 키우다가 오래전에 죽은
백구 녀석이 마치 그 손 잡으면 안된다는 듯이
미친듯이 바지 가랑이를 다리 쪽으로
마치 얼른 다리 건너 가라고 하는듯이 그렇게 물고 잡아댕기더래.

순간 흠칫해서 이모한테서 멀찍히 떨어졌는데
갑자기 이모가 미친듯이 외할아버지한테 뛰어 오더래.

갑자기 입이 귀까지 찢어져서는 잡아갈꺼다. 잡아갈꺼다. 하면서
손에 포승줄 같은거 들고 뛰어오는데 얼마나 무섭던지,
그 모습을 잊지를 못하겠다고 고개를 막 저으시더라.

외할아버지는 다리쪽으로 뛰시고
백구 녀석이 보디가드 하듯이 외할아버지 뒤를 지켜주더래.
악귀인지 모를 녀석 앞에 서서 막 짖고

다리를 건너니까 그 괴상한게 울부짖으면서 사라지고
다리 위에서 백구가 외할아버지 얼른 가시라고 하는거처럼 서서 짖더래.

다리에서 한참 멀어져서 뒤 돌아보니까 강도 백구도 다리도 동네도
사라지고 무슨 백지종이 같이 하얗더래.

그 순간 눈을 떠보니까 안방.

이 얘기를 나 말고도 동네 어르신들한테 얘기를 하셨대.

마을 제일 큰 어르신이 하시던 말씀이

자기 어릴 적에 살던 동네 무당이 해준 말인데
갑자기 비명횡사한 사람들 잡아가는 귀신이 있는데
외할아버지가 본 귀신이 그런 귀신인것 같다고 하시더래.

사후세계에서 귀신이 살데가 모지라면 집을 짓는데
집을 지을때 쓸 사람이 모지라면 사람을 그렇게 데려가서
집을 짓는다고 말씀하시는데,
갑자기 그 귀신 생각이 나서 오한이 나셨다고 하시더라.

그 여자가 말했던 남은 3년동안 건강하게 잘 사시다가
3년전에 죽었던 그 날짜에 낮잠을 주무시다가 돌아가셨어.

얘기하시면서도 쓸쓸해 보였던 외할아버지의 표정이 계속 생각난다.
특히 죽은 이모 얘기하면서 눈물도 비치셨는데.

외할아버지가 원래 귀신 그런거 믿는 분 아니셨는데
살아오신 후부터는 임자 없는 무덤 보이면
벌초도 해주시고 막걸리 안주 조금 들고가서 앞에 놓고 가시기도 하고
명절때도 잊지 않고 찾아서 관리해주시고 그러셨어.

나냔도 믿지 않았는데 외할아버지 일 이후로 믿는다는.

외할아버지의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담이니
그저 신기한 이야기로 생각해줘도 괜찮아. 냔들아.

외할아버지도 니가 믿고 싶으면 믿고 아니면 신기한 이야기다.라고
생각하라고 그러셨거든.

울 외할아버지 좋은데 가셨을까?
쓰고나니까 울 외할아버지 보고 싶다..